이 바다의 그리움

항상 꿈과 현실의 경계에 서 있었다.

지친 이 몸을 바다에 놓아 볼까.  가슴에서 내려 놓아야 하는가, 이 모든 것을 사랑으로 지탱해왔다.
털어내고 또 털어내도 기다림은 좀처럼 몸에서 지워지질 않았다.

바닷가에 사는 것이 무슨 큰 멋스러움인양 혼자서 언제가 될 지 모를 그 날을 그리워 하며 살아왔다.
그러나 나는 서울을 떠나면서 그 무수한 것들로부터도 떠나왔다고 생각하며 살았다.

도심 속 분주함 속에 있어도 외로웠다. 그 수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도 외로웠다.
세상을 아름답게 보는 눈. 그런 눈을 가진 이는 얼마나 행복한 것인가. 도심 속에서도 외로운 건 누구 탓이 아니라 제 탓인 것을.
세상을 살아가면서 이 땅이 아니면 담을 수 없는 풍경들, 이 곳이 아니면 다가오지 않을 바다 내음,

이런 모든 것들을 내 방식대로 정리 하는 기쁨 …….
그래서 암실에서 인화된 사진을 볼 때 나는 진정 행복함을 느낀다. 그 멋진 첫 순간은 나만의 것이리라.
비록 가난하지만 나만의 것을 가지고 있으니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.

행복을 서랍 속에 놔두고 불행만 느끼며 사는 이가 얼마나 많을까?
고향을 떠나 산 지도 어언 이십 년, 사진을 향해 걸어가는 길이 이제는 외롭고 쓸쓸하지 않다.

스스로 지독한 열정에서 행복을 함께 느끼며 살아가고 싶다 .
그것은 아마도 시간과 삶의 공간에 고독한 산보자가 되어 시간의 분말들을

감성적 이미지로 담아내는 사진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 탓인지도 모른다.
흑백의 톤으로 스며든 미묘한 순간을 정말 만나고 싶었다.

이 땅의 냄새를 맡고 두 눈 가득 아름다운 풍경을 내 안으로 담아 오는 작업,
사진을 찍기보다는 솔직히 사진적으로 살고 싶었다. 만남보다 비워내기가 더 애틋하다는 그 말은.
항상 그리운건 바다뿐만이 아니다. 사람 냄새가 나는 그런 이들이 무척이나 그립다.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

2009년 2월 원덕희